일부 도메인 등록업체와 도메인 사냥꾼들이 삼성·LG·현대 등 주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한글 도메인을 정식 등록 개시일인 10일 이전에 변칙적인 방법으로 사전 등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기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메인 업체인 탑매니아는 정식 등록 이전일인 지난 8일 삼성·현대·LG 등 재벌기업 계열사 명칭을 사전 등록했으며, 심지어 중소기업과 언론사들의 이름도 대거 등록해간 것으로 밝혀졌다.
탑매니아는 “1000여개의 도메인을 미리 등록했지만 해당 기업에서 등록비만 주면 모두 돌려줄 것”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오히려 “정작 중요한 ‘증권.com’ 같은 돈이 될 만한 수퍼 도메인은 대부분 외국회사가 등록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올도메인스·투카우스 등 일부 외국 업체는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증권.com’ 등 주요 한글 도메인들을 대거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메인 등록업체들의 이 같은 행위 때문에 지난 10일 9시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등록을 시도한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은 헛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변칙 등록이 가능했던 것은 국제도메인명칭기구(ICANN)로부터 도메인 관리권을 위임받은 회사인 미국 베리사인사가 한글 도메인 등록 방법을 관련업체에 미리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베리사인으로부터 등록방법을 사전에 알아낸 일부 업체가 일반인들의 정식 등록이 시작되기 전에 조직적으로 주요 도메인을 등록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변칙 등록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미국 베리사인은 “우리에겐 등록한 도메인을 마음대로 삭제할 권한이 없다”라며 버티고 있다.
미국 LA에서 13일부터 열린 ICANN 회의에 참석하고 16일 귀국한 정통부 황철증 인터넷 정책과장은 “베리사인 대표를 만나 항의했지만 등록 기간 전에 등록한 도메인이라도 삭제하려면 ICANN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변명만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ICANN 회의에 참석한 중국·일본·프랑스 등 대표들은 자국어 도메인의 경우 해당 국가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표명했지만 영국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은 부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통부 일각에선 이번 한글 도메인 변칙 등록 사건을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업계에선 베리사인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우려해 조직적으로 변칙등록 문제를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10일 이전 등록한 도메인의 등록일이 그 이후로 바뀐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도메인마트(domainmart.com)는 “8일 테스트를 위해 베리사인이 알려준 방법으로 ‘김대중.com’을 등록했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등록일이 12일로 변했다”고 밝혔다.
드림위즈 도메인 동호회 회원들은 지난 14일부터 베리사인사에 항의 메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위형복 고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베리사인 한글 도메인 거부 운동을 펼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도메인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송관호 총장은 “중국 정부는 중국어 도메인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한글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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